


사내 평가
관찰력이 뛰어나 현장 어시스턴트 능력이 높게 평가된다. 성격 패턴에 따라 임무 효율성이 상이하므로 관측되는 행동 양상을 분석해 적절한 업무를 배치하는 것을 권장한다.
짙은 흑색의 머리칼과 어두운 자색의 눈. 앞머리가 눈을 가리는 길이로 내려오는 탓에 언뜻 보면 음침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임무 중에는 헬멧이 훌륭한 가림막이 되어준다. 헬멧을 벗어던지는 식사시간에서조차도 싱글싱글 웃는 얼굴 덕분에 음산한 이미지로부터는 다소간 멀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항상 싱글거리는 건 아니던데?...
…열에 다섯 정도는 싱글거리니 대강 그렇다고 해두자. 그렇게 휘어진 눈매와 올라간 입꼬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어째 좀 수상해보인다는 의견도 일정 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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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
[ 무정한 다정 / 냉소의 연소 / 친절의 단절 ]
“아잇 참! 죽음이라고 해서 무조건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죠~ 특히나..”
타인의, 혹은 뭇 생명체의 죽음에도 좀처럼 슬퍼하는 일이 없다. 누군가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이런 거 하나하나 슬퍼하다 보면 날마다 눈물로 지새우다가 눈이 퉁퉁 부어버릴 거예요~ 라며 가볍게 말하곤 한다. 참으로 ‘리미넌트’다운 말이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은 지척까지 다가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지금. 눈물은 시야를 가릴 뿐이다. 그러나 그가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냐며 타박하지는 말도록 하자. 죽음의 무게가 꼭 눈물의 무게와 비례하지는 않고, 애도가 꼭 곡소리를 동반하지는 않는 법이지 않는가. 그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죽음을 마주하고 있을 테다.
“우리 같은 사ㄹ..아니, 존재들이라 하더라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때때로 그는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찰나의 순간을 관찰하고 포착함에 능하며 담담하게 제게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런 삶은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지? 목만 덜렁덜렁 회수되면 그나마 낫지. 과거의 백업데이터를 불러와야 하는 절망에 빠지는 것보다는 말이다. 무한의 굴레에 빠진 지도 어언 7년 째. 어쩌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졌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입사 초기의 목표는 최대한 덜 죽기. 였는데 말이다. 이제 죽음-소생 횟수를 세어보려면 양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동원해도 부족하니… 우선 익숙해진 것이라고 해두자.
“이 죽음이라는 것이 쉽게 입에 올릴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또다시, 때때로 그는 발화점이 낮아지곤 한다. 누가 본다면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이상한 사람. 이라고 평을 내릴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죽음을 쉽게 거론하는 말을 들려온다면 발화점은 더더욱 낮아진다. 만약 그에게서 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차라리 죽으면 편할 텐데.’, ‘아이고~ 그냥 죽어버려야지.’ 등의 말을 해보도록 하자. 효과는 확실할 테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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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아나스타샤
인간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갖은 기술을 만들어 죽음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멀어질 수 있도록 생을 갈망한다. 죽음이 주는 무게가 가벼워지고, 누군가의 삶이 타인의 도구로 전락해 가는 이 시대에, 죽음의 무게를 논하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을 업으로 두며 살아가는 이들. 흔히 ‘장의사’라고 불리는. 유해를 수습하고 안식을 빌어주는 행위를 두고 누군가는 고리타분하다고 칭할지도 모르겠으나, 죽음이 존재하는 한 그들의 일은 이어진다.
아나스타샤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다. 수없이 많은 죽음이 안식에 잠드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무겁디무거운 죽음의 무게를 느끼면서.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그렇기에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님을 안다. 눈물을 흘리며 애도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아! 이 얼마나 리미넌트로 일하기에 적합한 사고방식인지.
긴 이름은 그가 슬라브 계통임을 드러낸다. 설령 상대가 제 이름을 잘못 호명하는 경우에도 그저 웃어넘기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해해요! 저도 가끔 제가 누구인지 헷갈리거든요~ 대충, 아무렇게나 부르세요. 어이, 리미넌트. 이렇게 불러도 상관없고요. 어디 보자… 안나, 아샤, 나스타, 스타샤… 이 중에 당신 머릿속에 남을 법한 이름 하나 정도는 있겠죠! 네? 저번엔 제가 일련번호로 호명하라고 말했다고요? 아하… 그랬군요! 어째 기억이 가물하네요~ ?
트라우트
“모든 삶에는 끝이 있다.” 라는 슬로건을 내건 트라우트TROUT는 행성 감마에 그 본사를 두고 있으며, 행성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땅에 묻어 고인을 기리는 옛 지구의 방식을 따를 때도 있지만, 우주 기술이 발전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캡슐에 유해를 넣어 항성계의 궤도를 따라 떠다닐 수 있도록 요청하는 이들도, 항성 가까이 유해 캡슐을 보내 완전히 소각시키며 우주를 구성하는 작은 입자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이들도 있는 등, 요청에 맞춰 장례를 진행한다. 방식은 전부 다르더라도 한 생명의 끝맺음을 장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앗페바노바
트라우트 TROUT의 주요 구성원 일가. 모든 생명은 동등함을 외치며 우주 개척산업이 불러온 빈부격차를 줄이고자 인조인간은 인권을 침해하고 생명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위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한 달 전, 베타의 대규모 화재 사건이 있은 뒤로는 더욱 극렬하게 인조인간을 향한 부정적인 언성을 높여왔다. 당연하게도 뫼비우스의 기업 이념과는 반대돼도 한참은 반대된 이념이건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아나스타샤가 리미넌트가 되었다는 과거의 사실은 두고두고 여러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유한과 무한
파트너의 머리 회수 횟수 57회. 파트너에게 자신의 머리 운송을 맡긴 횟수 31회.
온전한 기억 복원에 실패한 횟수 3회. 그로 인해 기억 백업 주기 단축을 요청한 횟수 5회.
유한한 삶에서 무한한 삶으로. 가족들이 치를 떨던 복제인간이 되고 나서도, 삶은 지난히도 이어진다. 리미넌트가 되었더라도 그가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 비록 소생하지만- 수습하고, 매일같이 비슷한 하루를 반복하고…. 달라진 점이라면, 과거 그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끝이었다면. 지금은 죽어도 죽어도 내일이 기다린다는 점뿐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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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
타 리미넌트와의 깊은 교류가 금지되어 있기는 하나, 관찰력이 좋은 리미넌트라면 아나스타샤의 행동에서 어떠한 기묘한 ‘경향성’을 읽을 수 있다. 이 경향성-패턴-은 임무 수행 및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무시해도 무방하나, 편의상 A, B, C로 명명하여 구분하도록 한다.
::A 패턴
곱슬진 머리를 이리저리 풀어헤치고, 식당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밥을 먹는다면 높은 확률로 A의 패턴을 보임이 관찰되었다. 이 패턴을 보이고 있을 때는 타 리미넌트와 교류를 나눌 위험성이 제기되었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B 패턴
자신과 타 리미넌트를 일련번호로 지칭하고, 식당에서 ‘개량형 정제 단백질’을 먹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B의 패턴을 보인다고 유추된다. 풀어헤치던 머리를 하나로 땋거나 묶고 있으며, A나 C 패턴에 비해 표정이 단조롭고 말투가 딱딱하다. 근소한 값이긴 하나, B의 패턴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했을 때 효율이 가장 높았다.
::C 패턴
A나 B 패턴과 달리 말투에 짜증이 섞인다면 높은 확률로 C의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근소한 값이긴 하나, C 패턴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했을 때 효율이 가장 낮았다.
각각의 패턴은 A가 약 53.7%, B가 약 22.1%, C가 약 24.2%의 빈도를 보였다. 당연하게도 헬멧을 벗은 시간보다 착용한 시간이 훨씬 길기에 식사시간 외의 시간에 위 패턴들을 유의미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해당 ‘경향성’과 관련된 내용은 유의미한 정보값이라 하기 어렵겠으나… 구분해서 나쁠 것은 없을 테다.
기타사항
- 이따금 ‘사람이 180도 달라 보인다’ 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열에 다섯 정도는 ‘원래 사람은 양면적인 존재입니다~’ 라는 반응이, 둘 정도는 ‘말 걸지 말아주세요.’가, 셋 정도는 ‘보태준 거 있어?’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 임무 기록용 단말기 외에도 개인 기록용으로 단말기를 하나 더 지급받은 기록이 있다. 개인 기록 단말기의 모든 내용은 복제인력부에서 모니터링 되고 있다.
- 임무 외의 시간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개인 단말기를 들여다보며 보낸다.
- 입사 초기 처음으로 파트너의 사망 이후 뒷수습을 하고 돌아온 날, ‘혹시 리미넌트의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을까요?’ 라고 손을 들고 질문했다는 요상한 리미넌트에 대한 소문이 한동안 돌았던 전적이 있다.
- 위의 ‘경향성’ 때문에, 한동안 ‘회사의 실수로 세 개체의 복제인간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소문 또한 알음알음 돌았다. 여기에 아나스타샤 본인이 ‘오, 어떻게 알았어요?’ 라고 반응했던 탓에 -이후 경고를 받았다- 만약 소문을 쉽게 믿는 순진한 사람이라면… 아나스타샤가 셋으로 분화되었다.라는 허무맹랑한 소문을 진실로 믿고 있을 수도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