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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평가

엔지니어 경력에 기반한 전문 지식과 기술력 보유. 철저하고 확실한 업무처리 능력을 갖췄으나 자율적인 판단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자의적인 판단 없이 모든 지시를 수용한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남자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정말 만사가 귀찮아 보인다. 숨은 왜 쉬냐? 하면 남자가 답한다. “숨 참는 게 더 귀찮아.” 숨 참는 게 더 귀찮아 숨 쉬는 인간이 옷매무새나 머리 스타일을 정돈할 리 없다. 잠그지 않은 지퍼, 한 사이즈 잘못된 바지, 목덜미 위에서 엉망으로 엉킨 채 묶여있는 청회색 머리카락…. 어정쩡하게 휜 포즈, 눈 밑의 진한 다크서클은 완벽한 현대인의 전형이다. 창백한 청록빛 시선은 대체로 무심하게 닫혀있는데, 규칙을 어길 때면 리모컨 손에 쥐고 자는 아빠처럼 귀신같이 눈 떠서 한 소리 한다. 그 살벌한 인상에서 당신은 마침내 그 기질적 꼰대의 완고함까지 이해한다. 그 외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 정비공다운 체격. 뼈대 굵은 팔. 왼팔 손목에 초침 움직이지 않는 오래된 손목시계―디지털 워치가 보급된 현재는 보기 드문 구형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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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


[ 고장 난 시계 / …도 하루에 두 번은 / 맞는다(be hit) ]

 언젠가의 그는 지독한 원칙주의자, 함선의 칸트라고도 불리는 소소하게 유명한 인간 시계였다. 반면 지금의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의 시간은 리미넌트가 된 순간부터 고정되어 흐르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고물 손목시계처럼 매뉴얼 와인딩이라 태엽을 감아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단순 고장일 수도 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자면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지도…. 이러나저러나 단 하나의 사실: 제시간을 알려주지 못하는 시계는 문제가 있다.

 

 고장 난 시계
 의욕이 없다. 무기력하다. 외로움은 관성이다. 특별히 비관적이지도 않다. 극적인 감정을 느낄 만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 그냥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회의 부품으로, 그 어떤 사고도 판단도 하지 않는 시스템이 안락하다. 심도깊은 대화를 끔찍해한다. 특히 리미넌트의 처지에 대한 고찰은 역겹기까지 하다. 임무가 없다면 전부 개인실에 틀어박혀 있다. 잠자는 게 제일 좋다. 기왕이면 개인실이라지만, 어디서든 널브러져서 잠드는 능력을 갖췄다. 사실 안 자는데 말 걸지 말라고 계속 잠자는 척한다.

 …도 하루에 두 번은
 하루 대부분을 네 발로 기어다니는데 그래도 하루에 두 번은 두 발로 걷는다. 하나: 주간 임무. 둘: 야간 임무. 고장 나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인간 시계. 주어진 일 만큼은 전부 해내는 의외의 근면 성실함이 있다. 아무튼 배당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제시간 내에 해낸다. (어차피 촉박한 기간을 항의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럴 시간에 일이나 해라.) 어떤 부조리한 명령이 들어와도 묵묵하고 신속하게 수행한다. (리미넌트도 업무가 남으면 야근해야 하는 건 똑같다. 심지어 이 인생, 야근 수당에 큰 의미도 없다.) 꼴에 베테랑이라니. 근속년수를 따지자면 당연하긴 하다. 매사 귀찮은 듯 굴면서 안전 수칙과 절차에 강박적이다. 매뉴얼에 지독하게 충실하고 무엇 하나 까먹는 법이 없다. 이쯤 다시 상기한다. 함선의 칸트: 뮐러가 홍차를 마시면 지금은 오전 6시야, 개인실에 들어갔으면 오후 9시고, 그의 생활 패턴에 오차가 생기는 건 임무가 있을 때뿐이지…. 저렇게 늘어져 있는데도?

 

 맞는다(be hit)
 절대 화합할 수 없는 극단적 무기력함과 극단적 깐깐함을 동시에 가진 그는 당연히도 모난 곳 많다. 괜찮은 직장 동료일 수는 있으나 괜찮은 친구가 될 수는 없다. 누구보다 무던하게 굴다가도 돌연 진한 반감을 표한다. 감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사실을 툭툭 열거하는 게 그의 대화법이다. 직설적이면서도 방어적이다. 특히 임무 중 돌발상황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매섭게 쏘아붙인다. 무언가를 쉽게 약속하지 않으며 책임 있는 일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성정 때문에 종종 동료와의 마찰이 있는데,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번지면 참지 않고 자신 있게 면상에 주먹을 내지른다. 가끔은 먼저 포문을 열기도 한다. 성격 더럽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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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시계공의 아들
 산업혁명으로 대중화되었던 아날로그 시계는 디지털에 밀려 다시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우주 개척시대가 시작되며 시계 장인의 수는 더욱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사치품은 늘 살아남는 법이다. 유럽 연합을 주축으로 행성 알파에 세운 도시, 그중에서도 스위스인들이 모여있는 헬베티아Helvetica. 베르너는 헬베티아의 장인들이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제조 산업 단지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라 쇼드퐁 출신으로, 그의 집안 대부분은 시계 관련업에 종사했고, 그 역시도 자연히 자신을 시계공의 자식이라 여겼다.

 부모는 전부 이른 나이에 잃었으나 이 시대에 유난한 사연은 아니다. 오히려 현명하고 다정한 친조부모의 손에 지극히 사랑받으며 자랐으니 행복한 유년이었다. 베르너는 또래와 어울리기보단 그들을 돕는 데에 열중했다. 그는 만드는 것에는 소질 없지만 고치는 것에는 탁월함을 일찍이 깨달았다. 조부를 졸라 종종 그가 치트글로게Zytglogg를 정비하러 갈 때 동행하곤 했다.


 시계탑
 치트글로게: 스위스 베른에 있는 중세 시대의 시계탑. 알파의 치트글로게는 새 터전에 적응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원을 담아 지구의 것을 재현했다. 하지만 탑의 천문시계만큼은 새 행성의 규칙을 따랐는데, 치트글로게가 그 일대의 시간을 맞추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정비를 마친 조부와 함께 시계의 뒷면에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베르너는 문득 하늘을 가로지르는 함선을 올려봤다. 그러다 “우주에서도 치트글로게의 시간을 써?”하고 물었다. 조부는 그에게 수많은 물리학자조차 증명하지 못한 시간의 개념에 대해 부단히 설명하는 대신 두툼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람은 전부 각자의 시간을 갖고 있지. 움직이는만큼 길어지고 멈춰있는만큼 짧아져.” 그러니 개인이, 한 존재가 인지하는 그 순간이 시간을 결정하노라고. 아이가 말한다. “그럼 치트글로게의 시계공이 아주 빠르게 뛴다면 모두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우주 시계공
 그게 그가 시간과 우주에 집착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인지는 모른다. 다만 조부가 숨을 거두기 직전 그의 손을 잡고 있을 때 유난히 선명하게 떠오른 기억이다. 베르너는 10대 후반에 이미 상대성 이론 시간 팽창의 진실을 알아버렸고, 개인이 시간을 결정한다는 건 완전히 개소리임을 깨달았지만 (꼬맹이가 아무리 달려봤자 시간은 0.000001초도 느려지지 않는다) 여전히 시계공을 꿈꿨다. 물론 이는 흔히 ‘시계’하면 상상하는 태엽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신호의 시간을 측정하고, 우주선의 궤적을 계산한다. 이것이 우리와 그들의 시간이 된다. 그는 우주 항법장치 전문 엔지니어가 되어 함선에 몸을 싣는다. 개중에서도 가장 멀고도 다른 행성을 찾아 유랑하는 개척 함선에.


 멈춘 시계
 최전선의 개척지에선 도시보다 더 자주 리미넌트를 마주치게 된다. 뫼비우스 소속은 아니나 같은 장소에 자주 파견되는 입장으로, 베르너는 리미넌트의 역할과 처지에 대해 대중보다 정확히 인지했다. 위험한 우주 환경으로부터 탐사와 개척을 하기 위해 만든 편리한 도구. 인간은 목적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리미넌트는 인간을 수단화한 것이다. 그들의 삶은 인간으로서 멈춰있노라고… 그들을 타자화한 채 멋대로 연민과 동정을 느끼면서도 외면했다. 그게 전부였다.

 우주라는 미지에 경외와 공포는 동반한다. 사고는 예고 없이 벌어진다. 그가 새로이 탑승한 함선이 미확인 행성에 무사히 착륙한 지 딱 1달이 되어가는 때였다. 새로운 터전을 기대하는 활기가 돌았다. 수색팀은 충분한 탐사 끝에 적어도 착륙지점 근처는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더 먼 곳을 수색하기 위해 리미넌트와 함께 떠났고, 남은 이들은 그들을 배웅했다. 엔지니어 팀 몇몇이 냉각수 파이프 수리를 위해 함선 밖으로 나갔다. 당시 헤드 엔지니어였던 베르너는 엔진실의 이상 소음 문제로 다른 팀과 논쟁 중이었기에 함선 안에 남았다.

 그날 밖으로 나갔던 수색팀, 리미넌트와 엔지니어팀 전원이 실종됐다. 함선은 혼란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외부와의 통신도 끊겼다. 완벽한 고립. 연구팀은 뒤늦게 다시 한번 행성의 생태를 조사했다. 결론적으로 이 행성의 주인이자 납치극의 범인은 비생물적 반응체임이 밝혀졌다. 외부 에너지에 반응하여 형태와 기능을 일시적으로 갖추는 조건부 존재체라니! 미지의 상황에서 현대 인간이 쉽게 선택하는 수단은― 리미넌트다. 허나 현재 리미넌트가 부족하다. 그때, 함선에 파견되어 함께 해결방법을 모색하던 뫼비우스의 오퍼레이터가 입을 뗐다. “상황을 해결할 확률을 조금 늘릴 방법이 있습니다. 리미넌트도 실종된 마당에 이것도 확실하진 않지만, …리미넌트가 되는 겁니다.” 주변이 몽땅 입을 다물었으므로 베르너는 책임지고 반문했다. “리미넌트? 누가?” 그는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여러분이요.” 베르너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제기랄….


 노스탤지어
 친근한 팀원들의 얼굴이 아른거릴 뿐더러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으니 그는 제안을 수락했다. 그래도 리미넌트가 되어 실종된 동료들을 구출하고 고립이 해소되었다면 나름의 미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여러 공정을 거쳐 리미넌트가 되고 나서는 이미 늦었다. 동료들은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 필요한 때를 맞추지 못했다. 그 끔찍한 행성에서 탈출한 것만으로도 다행임에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소수의 인원이서 우주 구명선을 타고, 그럼에도 결국 리미넌트가 된 소수를 제외한 전부가 죽는 경험은 몹시도 끔찍했지만, 베르너가 더욱이 끔찍하다 느낀 것은 그 이후로도 허락되지 않은 죽음과 수년을 맴도는 죄책감이었다. 백업된 순간의 데이터가 고스란히 저장된다던가? 그 데이터는 마음도 포함일까? 그렇겠지, 대뇌 변연계도 육체니까? (이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베르너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죄책감과 후회가 교차해 영영 뒤섞였다. 죽고 죽고 또 죽으면서도 당최 떨쳐지지 않는 마음. 시간을 들여 수용해야하는데 꼭 고장난 시계처럼 응어리가 멈춰 움직이질 않았다. 리미넌트가 된 순간 베르너 뮐러의 시간은 멈춘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부품이 되거나, 시계탑을 그리며 눈을 감는 것밖에 없는 삶!


 아날로그 애호가
 2274년도에 흔치 않은 아날로그 애호가, 꼰대. 업무상 어쩔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하면 웬만한 것은 수기로 작성하고 싶어 한다. 매뉴얼 와인딩의 구형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조부의 유품이다. 우주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도 않을 수많은 잡동사니를 사랑한다. 그의 개인실은 골동품점 같다. 자주 그 작은 공간에서 빠져나오길 거부한다.


 ETC
 게으른 완벽주의자, 컨트롤프릭. 연산인지 부서로 여전히 엔지니어링 위주의 임무를 도맡는다. 기지 활동이 익숙하다. 양손잡이. 메일바디. 커피는 잠이 오지 않으니 웬만하면 마시지 않는다. 오래 자지만 깊게 잠들지는 못한다. 비흡연자. 술은 가끔 즐긴다. 손재주가 좋은데 창작에는 재능이 없다. 요리도 마찬가지라 그가 손댄 요리는 맛이 기묘하다. 복원하는 것만큼은 탁월하다. 무엇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할지 안다. 독일어 악센트가 강해서 목소리가 늘 잠겨있음에도 발음이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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