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ka wakayuu
사내 평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임무 태도를 갖춘 베테랑 요원. 100% 달하는 헬멧 회수율 또한 괄목할만한 특징이다. 신속한 순간판단력과 실행력 또한 우수하게 평가된다.
부드러운 녹색 머리카락과 회색 눈, 그리고 혈색이 좋다. 머리칼을 이마 한쪽으로 단정하게 빗어 넘긴 덕분에 표정이 잘 드러난다. 웃을 때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눈매, 둥근 포물선을 그리는 눈썹과 입가는 그가 상냥한 사람이라 짐작하게 한다.
곧고 묵직한 골격과 함께 신체 곳곳에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다. 손가락마다 굳은살이 박여있고 손바닥이 단단하다. 팔다리에 새겨진 자잘한 흉터는 현장을 뛰는 사람이 으레 갖는 것으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두 손을 모은 정중한 자세를 취한다. 유니폼은 흐트러짐 없이 모든 것을 갖추어 착용했다. 다만 신발 뒤축이 닳아 조만간 교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그를 개인으로 식별할 수 있는 별다른 특징은 없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성격 ]
[ 친근한 무관심 / 현상 유지주의 / 효율적 베테랑 ]
“안녕, 자기~ 좋은 시간 보내고 있어?”
애칭으로 시작해 어르는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주변을 보지 마라, 두리번거리는 당신을 부르는 것이 맞다. 통상 애정을 전제로 하는 호칭이지만 애클린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개개인을 구분하고 관계를 재기 어려운 곳에서, 살가운 하나의 단어로 타인을 뭉뚱그린다. 그러니 이 호칭은 도리어 거리감을 드러내는 셈이다.
그에게도 입사 초기, 초조함과 불안을 안고 상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살피며 마음을 쓰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일빈 시민으로서의 시간보다 리미넌트로 지낸 시간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자연스레 풍화를 겪었다. 이제 그때의 애클린을 아는 이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예전의 경고 기록과 몇 건의 상담 내역뿐이다. 지금의 그는 리미넌트라는 틀에 맞추어 충분히 마모되고 다듬어진 부품이다.
“후후, 걱정 마…. 다시 눈을 뜨면 재생실 천장을 보게 해줄게.”
그는 코앞에서 탄약이 터져도 속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인물이다. 호들갑을 떨고 엄살을 부릴지언정, 그에게는 어떤 사건도 캔 뚜껑을 따는 것 이상의 무게를 갖지 못한다. 인간이 짊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짐이 무게를 잃었는데, 그보다 더 무거울 것이 있을까? 뫼비우스의 울타리 안에서 그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이것은 그가 기꺼이 현실에 안주하는 이유가 된다.
간혹 모 리미넌트가 비일상적인 자극을 좇다 징계를 받았다는 공지가 내려온다. 그도 사람인지라 무료함을 알고, 그들에게 딱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범법의 선을 넘지 않고도 적절한 자극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난도가 높고 위험이 큰 임무를 골라 자원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자긴 힘을 조금 빼는 게 좋겠다. 자~ 어렵지 않아….”
지시가 내려오면 따른다. 산출된 돌파구를 향해 나아간다. 이러한 실행력은 충성이나 유능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애클린의 방식은 감정과 윤리적 숙고가 끼어들 틈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에 가깝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갈등은 불필요한 지연을 부르기 때문이다.
다만 동료가 총을 겨누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면, 그는 대신 방아쇠를 당기는 인물이다. 제자리에 굳어버린 이의 등을 떠미는 대신 제가 움직여 성과를 확보하기를 택한다. 그는 동료의 우유부단함을 마주할지라도 몰아붙이지 않고 관용적으로 대한다. 그런 망설임 또한 리미넌트로 자라나는 과정의 일부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고, 그때까지의 기다림은 감내할 수 있는 범주로 남는다.
그리고 애클린이 취한 입장은 명확하다. 임무는 어디까지나 업무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이는 리미넌트로 살아가며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일종의 무장으로 기능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기타 ]
과거—
감마의 빈민가 출신으로 기술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애클린이라는 이름은 출생 당시 주변에 굴러다니던 전단인가 찌그러진 깡통인지 모를 잡동사니에 적혀있던 철자를 따서 지어졌다. 탄산음료나 샴페인의 포장재였을 것이라. 하루살이 집단의 일원답게 그는 어린 나이부터 스패너며 드라이버 따위를 쥐는 법을 익혔다. 제 몫의 임금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 열 살 무렵이었으니 엔지니어 경력은 사십 년이 되어간다.
먼지투성이의 환풍구 수리공으로 시작해, 그는 뛰어난 재간과 계약 이행률을 인정받았다. 그가 속한 팀은 종종 정부처나 학술원의 하청을 따내며 대목을 잡기도 했다. 이렇든 저렇든 체면을 조금 세우고 검게 기름 낀 손에 떨어지는 돈이 조금 늘었을 뿐 여전히 신문에 이름 한 줄 실릴 일 없는 빈민가 엔지니어였다. 그 시기의 애클린에게 뫼비우스는 바닥층에 사는 이들에게는 닿지 않는 막연한 상류층의 영역이었다.
계기—
삶의 전환점이 된 것은 약 20년 전, 연구 발표회 준비 기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애클린의 작업장에서 일어난 폭발로 대다수의 동료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부처는 사고 원인을 ‘일부 하청 엔지니어의 불법적인 개조’로 공표했다. 지금으로서 돌아보자면 그들은 사고의 책임을 물을 대상이 필요했으며, 끈 없는 빈민층이 그 역할에 적합했다. 넉넉했던 계약금은 순식간에 막대한 위약금과 벌금으로 되돌아왔고, 이것을 떠안은 사람은 애클린이 되었다. 애석하게도 계약서 서명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터졌고, 따라서 사지가 온전한 유일한 생존자가 된 탓이다.
잠적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갚을 길을 수소문하던 당시의 그는 책임감 있던 인물로 짐작된다. 하지만 단신의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사고 보고서를 수집하고 관련자들을 탐색했던, 뫼비우스가 스카우트 제의를 건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신체가 건강하고, 재차 밝히지만 기술이 좋으면서, 동시에 빈곤하고 절박한 자였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애클린은 또 다른 하루살이 집단의 구성원이 되었다.
리미넌트—
애클린의 복제체 기준 연령은 27세. 신체적 전성기에 고정되었다며 크게 만족하는 눈치다.
외출과 휴가권을 소모하지 않고 임금으로 정산받는다. 입사 초기 1~2년간은 개인적인 용무로 위해 외출하기도 했지만, 일반 시민으로서의 삶을 정리한 후에는 기지 내부를 맴돌게 되었다. 무엇보다 세월의 격차 탓에 만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출을 하지 않아 별도의 소비도 없으니, 입사의 가장 큰 사유였던 채무—위약금과 벌금—는 진작에 상환했다. 이젠 쌓여가는 숫자를 보며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여가 시간은 주로 체력을 단련하거나 스크린을 시청한다. 과거엔 오락 라운지의 단골이었지만, 십수 년간 모든 기기를 섭렵한 뒤로 흥미를 잃었다. 다만 새로운 기기나 프로그램이 들어오면 말없이 죽치고 앉아 기판을 두드리곤 한다. 간혹 라운지에서 골머리를 앓는 사람에게 접근해 공략법을 흘려주고 바람같이 사라지는 리미넌트가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그 인물이 애클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늦은 복귀 시간 탓에 숙소에서 식사를 배급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일반식이 제공되는 날에는 반드시 일찍 복귀하여 식당을 찾는다. 배식 직원(혹은 기계)에게 ‘조금만 더 달라’고 칭얼거리는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발을 끌면서 걷는 습관이 있다. 어릴 적 큰 신발을 물려 신으며 생긴 버릇으로, 의식하지 않으면 튀어나오곤 한다. 밑창이 빨리 마모되는 탓에 다른 물품보다 신발 보급 신청이 잦다.
특이사항—
감독관과 오퍼레이터 간 공유되는 파트너–효율–평가점수가 월등히 높다. 이는 임무 적극도 외에도 그가 생존 귀환할 시 파트너의 헬멧 회수율이 100%라는 점 덕분이다. 파트너가 회생 불가능한 부상을 입으면 결단을 내리거나, 운반에 방해되는 시신에서 주저 없이 헬멧을 분리하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신체의 3할을 유실한 상황에서도 파트너의 헬멧을 챙겨 복귀했던 전적은, 비–리미넌트들에게 배타적 편견을 더욱 단단히 심어주었다.
긴 근속 기간이 낳은 괴벽일까, 애클린은 기억의 연속적인 보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의무적인 정기 백업에는 참여하지만 자신의 헬멧 회수에는 욕심이 없다. 임무 상황은 파트너의 보고로 파악하면 그만이고, 현장 요령은 몸에 익은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설령 파트너가 임무 강행을 위해 제 헬멧을 포기하더라도, 그는 동료를 두둔하며 경위서를 함께 쓸지언정 질책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파트너의 정체 파악에 제약이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현재까지 유실된 기억의 총량은 4년에 육박한다.
이러한 기억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애클린의 정신 건강은 놀라울 만큼 양호하다. 리미넌트로서의 적성, 뫼비우스의 상담 프로그램, 혹은 개인적인 낙관 때문인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직전의 정기 상담에서도 자아 붕괴 외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근시일 내 퇴사 의향 또한 없음을 밝혔다. 그에게 은퇴를 묻는 것은 이제 고연차를 향한 경외 혹은 안부 인사와 비슷한 것이 된다.
…상담 중 일전에 일어난 방화를 화제에 올리자, 그는 이례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애클린은 장기 근속자로서 애사심에서 파생된 일체감을 느껴, 해당 범행을 본인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보인 반응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향후 관찰을 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