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 평가
기초동력부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피지컬을 소유한 요원으로, 명령에 대한 주저 없는 수용력과 대담한 태도를 갖췄으나 고차원의 사고 능력을 요하는 임무에는 권장하지 않는다.
발소리를 의도적으로 줄인 것처럼 덩치에 비해 고요한 걸음이 테이블 앞에서 멎는다. 발소리와 달리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꽤나 날카롭게 고막을 찌른다. 구부정하게 몸을 수그린 채 식사를 시작한 사내는 남들보다 배는 커 보이는 손으로 샌드위치를 찢어 입에 욱여넣기 시작한다. 음식물을 아직 삼키지도 않은 채, 겸상한 이의 이야기를 듣다 말고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호방하게 웃어젖히는 모습에서는 교양이라곤 영 찾아보기 어렵다.
검은 천 아래로 머리를 긁을 때마다 볏짚처럼 푸석한 밀색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비니를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미 망가졌겠지만, 머리 손질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듯 마구잡이로 뻗쳐 있는 머리카락을 쉬이 볼 수 있다. 고개를 숙이며 고글을 내려두면 그간 가려져 있던 눈이 드러난다. 반쯤 감긴 채 처진 눈매와 허여멀겋게 밝은 피스타치오 색의 홍채, 커다란 동공에 긴 아래 속눈썹이 만드는 미묘한 인상은 눈 밑에 눌어붙어버린 다크서클이 더해지면서 불순하고, 사납고, 껄렁하다는 느낌을 준다. 턱 주변으로는 그저께보다 짧아진 수염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 면도라도 했나? 그럴 여유가 났는가 보지. 몸에는 오른쪽 팔부터 시작하여 가슴, 목 위까지 새겨진 지네 문신이 있으나 죄 옷에 가려져 볼 일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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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
[ 무사고 / 무지함 / 무뢰한 ]
윤리는 화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도리이기 이전에 교환 가능한 가치이며, 필요하다면 지불하고 사용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그 거래에 동의했고, 각자 받을 몫을 이미 받았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논쟁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는 우리가 박제된 채 이용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달리 본다면 기차에 탄 승객처럼 우리는 멈춘 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헌데, 이게 정말 옳나? 기업에 모든 신체 정보를 넘기고, 이에 발생하는 모든 대가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항목에 서명하는 그 일련의 과정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누군가는 가치를 계산하고 누군가는 철학적 사고를 엮어갈 테지만 뤼트는 당연한 것들에 대해,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사고하지 않는다. 의심하지 않고, 논쟁하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사기꾼과 사기 피해자 중 속은 놈이 잘못이라고 사기꾼의 손을 들어줄 놈이 아닌가.
그의 게으른 사고와 무지함은 결핍이 아니라 굳어버린 생활 방식에 가깝다. 배움이 적고 탐구심이 없으며 말 그대로 ‘제멋대로’ 살았으니 시야는 자연히 비좁아졌다. 방치와 외면, 혹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일단 수용하는 태도는 그 몰이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이었다. 지식의 빈자리는 단순한 판단으로 메워졌고, 복잡한 맥락은 불필요한 수고로움으로 밀려난다. 굳이 장점으로 쥐어짜 보자면 세상을 깊이 알지 못하는 그 안일함 덕에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질 수 있었고, 일단 닥치고나면 대충 섞여들 수 있었으며,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미지나 예정된 위험 앞에서 긴장은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뤼트는 늘 그 반대였다. 모르니까 달려들 수 있는 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딱 그 짝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꼭 진실을 꼬집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질 좋은 충고, 날카로운 지적, 알아듣기 힘든 분통, 욕설들…. 가만, 이걸 듣고 있을 필요가 있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죄 어려운 말만 쓴다. 그러니까, 너무 똑똑하다는 말이다. 내가 불편하니 좀 조용히 시킬 필요가 있겠다. 말보다 빠른 게 뭐지? 이것 또한 상식이라며 치켜드는 주먹이 있다. 그렇게 살다 보니 감봉에 징계도 받게 되더라. 한 번만 넘어가자고 항의했으나 소용없었다. 그야 여태 많이 넘어갔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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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1. 리민Limin
정착지 없이 리민Limin이라 불리던 집단의 약탈함선에서 나고 자랐다. 사회 현상 리미널리티Liminality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나, 실상은 어느 모로 보아도 선해 불가한 강도 집단에 불과하다. 자유롭게 포탈을 드나들고 함선으로 기교를 부리며 법망으로부터 빠져나가는 무뢰한들. 그들은 보안이 허술한 기업의 기술을 빼돌려 특허로 오르기도 전에 비교적 싼값에 팔아 넘기거나, 우주 유목민이나 시민의 수송선을 역으로 털고, 탈취한 함선으로 다른 행성에 착륙하여 금품이나 자원들을 강도질하며 연명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며 살았다. 그렇게 번 돈은 사치품이나 도박, 마약 소비에 탕진하는 실속 없는 집단이다. 내세울 점이라면 서로 가족이라고 부를 정도의 끈끈한 연대 의식 정도…. 여러 개인이나 기업을 잘도 털어먹었으니 특히나 행성 알파에선 그 이름이 섭섭잖게 알려진 편이나 수배에 이름을 올리거나 수감된 사람은 손에 꼽게 적다.
보고 자란 것이 그뿐이니 자신이 자라고 있는 환경이 범법자 집단이란 건 열 살 남짓 되었을 때 겨우 알았다만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을 뿐 올바른 궤도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고, 당시엔 그렇게 사는 게 당연했으며 너무나도 편했으니까. 그렇게 열아홉이 되었을 즈음에는 길과 주변 환경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읽어내게 되었으니, 머리가 굳자마자 휠맨1)으로 발탁되어 팀원들의 도주를 돕는 삶을 살았다. 이른 나이에 알코올과 마약에 취해 지냈고, 도박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질 낮고 순간적인 쾌락에 푹 잠기기도 했다. 멀어져 가는 사이렌과 고함을 등지고 도주할 때면, 모든 공간을 꼭 제 손으로 통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 휠맨Wheelman : 범죄 사건에서 도주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을 칭하는 은어.
2. 뭣도 아닌 놈
그렇다면 어떻게 범죄자 낙인이 찍히지 않았나. 34세가 되던 해, 버려진 건지, 별수 없었는지는 모르겠다만 행성 알파에서 진행하던 작전이 꼬이면서 접점 지점에서 팀원들과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뤼트만 남겨둔 채 전원이 행성에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천운으로 보안망에 적발되지 않으면서 차 한 대와 지갑, 그리고 몸뚱이 하나만 덜렁 남은 채 연고 없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꼴이 되었다. 낙오자를 챙기느니 꼬리를 자르는 쪽이 보통일 텐데, 마지막 의리인지 뭔지 그간 이변이 없는 걸 보니 희생양으로 삼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며칠을 헤매다가 일원들 찾기는 내버려두고 자연스럽게 제게 익숙한 사설 도박장으로 향했다. 달러 몇 장이 몇만 달러가 되었다가, 다시 몇십 달러로 추락하고, 순식간에 그 액수를 복구했다가도 푼돈을 쥐고, 곧장 불어났다가는 또다시 바닥을 쳤다. 대출로 구멍을 메우고, 남은 돈으로 다시 판을 벌이고, 또다시 무너졌다. 건실하게 살아볼 생각은 못 해봤나? 건당 몇천만, 몇억씩 만지던 사람이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한 법인데, 본인이 그럴 의지가 없으니….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3. 리미넌트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36세가 되던 해. 우연찮게 한 식당에서 우연히 뫼비우스에 지원서를 넣겠다는 행인의 말을 엿듣게 된다. 뫼비우스의 연봉이 높다는 말과, 마치 그 기업을 꿈의 직장인 것처럼 묘사하는 소문인지 사실인지 모를 이런저런 소문들까지. 그 자리에서 즉시 행인의 옷을 쥐어뜯어 가며 정보를 긁어내 유토피아 기업 뫼비우스에 대해 알아내었고, 1년 동안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자신을 잘 다듬은 후, 공고에 머리를 들이밀어 보기 좋게 붙었다.
숫자나 예술, 대인 관계 어느 쪽에도 재능이 없는 건 확실하고, 배움에 대한 흥미와 암기력마저 부족한 데다가 연줄도 없다. 배울 기회도 인연도 없이 그는 주어진 환경에 몸을 맡긴 채 살아왔다. 스스로를 깊이 탐구할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에 박탈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밖에서 무어라 떠들 건 뤼트에겐 이곳이 나름 천직일지도 모른다. 이런 직종에 천직이란 표현을 써도 괜찮은지는 일단 차치하고서 말이다.
4.뤼트 ――― 이하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아주 개인적인 정보들.
a. 전색맹으로, 시력 교정과 차광이 되는 교정용 특수고글을 끼고 있다. 임무에 나갈 땐 헬멧 착용의 편의를 위해 비교적 크기가 작은 다른 모델로 바꾸어 착용한다.
b. 지원서를 넣기 전, 입사에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을 전부 끊었다. 몇 달을 토하고, 비틀거리고, 침을 흘리며 금단증상으로 추하게 굴러다녔다. 중독성 있는 기호품이 당길 때마다 휘파람을 부는 습관이 있다.
c. 복귀 시, 임무에서 주로 머리를 회수하는 역할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정이야 임무마다 다르겠지만.
d. 어떤 감정이든, 감정이 극단적으로 격해지면 눈물이 난다. 슬퍼서 운 지는 오래되었다. 눈물이 메말랐다기보단 근래에 그럴만한 일이 딱히 없었다.
e. 잊기 힘든 감봉의 계기: 약 7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파트너가 글쎄, 복제 후의 나와 복제 전의 나는 둘 다 ‘나’가 맞을까-를 비롯한 이상한 철학 논제를 뜬금없이 캐물어 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사내 규정 몰라, 이 자식아? 그런 어려운 건 모르겠다고 대답을 미뤄도 재촉하기에 주먹질을 약간… 심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격리와 함께 지겨운 심리 상담과 눈물 나는 첫 감봉을 겪는다. 인상된 지 한 달만에 빠르게 도로 깎아먹은 사건이다.
f. 년도가 얼마나 지났건, 고정한 신체 나이로 자신의 나이를 주장 중.
g. 한 달 전, 베타 행성의 뫼비우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 사건에 대해 현재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보인다. 허나 이전에 사례를 듣고난 후, 범인더러 ‘머저리’라고 발언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내심 그 자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알만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