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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xe_님 커미션

​사내 평가

임무 수행력은 다소 부진하지만 경력을 감안했을 때 참작의 여지가 있다.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이 높고 동료와의 갈등이 잦아 단체 활동 시 주의를 요한다.

지금에야 다크서클이 내려오고, 머리가 흐트러졌다지만, 리미넌트가 되기 전에는 꽤나 잘 먹고 잘 산 듯, 결 좋은 검은 머리카락과 흠집 하나 없는 피부가 눈에 띈다. 삼백안에, 끝이 올라간 채도 낮은 벽안과 항시 구기고 있는 표정 덕에 이미지는 그리 좋지 못했으나, 정해진 복장만큼은 나름대로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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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

[ 예민한 히스테릭 / 자기중심적 도취 / 오르내리는 다혈질 ]

예민, 까칠, 히스테릭의 결정체. 별것도 아닌 말에 민감하게 반응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한숨을 쉬어대는 건 일상이었고, ‘복무 기간도 짧은 주제에’라며 누군가 지적하더라도 어떻게든 이겨먹겠다는 듯 이를 물고 대응해 분위기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일방적인 태도, 어딘가 고압적으로도 보이는 어투까지. ‘누가 보면 복무 20년은 된 베테랑인 줄 알겠어, 아냐?’라는 불평이 나오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러한 태도는 아마 그의 배경에서 기인할 터다. 알파 출신, 예비 정치가의 아들이었으니, 과연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고 자랐을까. 그 덕인지 그는 늘 자신을 꽤나 높게 평가했으며, 그와 함께 타인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깎아내린다’는 것은, 단순히 비난하는 것보다 대하기 전부터 이런저런 편견을 붙들고 평가하는 것에 가깝다. 아, 저 인간은 저런 배경에서 자랐으니 분명 그렇겠군, 따위의 같잖은 시선.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자신을 조절하는 것에도 능했다. 말 그대로 쉽게 오르고, 쉽게 내렸다. 타인을 설득하거나 부드럽게 대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그렇게 대했으나, 철벽이 있다면 그 기질이 얼마나 갈까. ‘그럼에도’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럼에도’의 인간에게는 결국 쉽게 오르고 만다. 알파의 도련님 주제에 분명한 다혈질이니, 비난을 넘어 주먹질도 어렵지 않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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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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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변두리 정치가의 전시품

알파에서 나고 자란 2남 1녀 집안의 막내로, 모 정당의 사무국에 근무하던 아버지가 몇 년 전 정재계 진출을 결심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집안이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히 하자면, 정재계의 ‘인간’이 아닌, ‘진출’이다. 완전히 어딘가에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닌, 온갖 곳을 발발거리며 허리를 숙이고, 명함을 건네고, 굽신거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유는 오로지 출세를 향한 욕심. 알파 거주민임에도 미묘한 소득 수준과 입지가 그의 아버지를 이렇게 조바심 나게 만들었을 터다. 

그런 아버지에게 막내인 러셀은 나름 중요한 마스코트였다. 윗사람을 만나 웃는 게 아버지의 일이었다면, 아랫사람에게 웃어주는 것이 러셀의 일이었으니. 알파의 거주 구역을 넘어, 냄새 나는 뒷골목까지 드나들며 입을 열어댔다. 멘트는 대개 이렇다. <안심하세요. 뫼비우스는 항상 여러분을 위하며, 리미넌트는 올바르게 대우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레이븐크로프트가 택한 것은 현 세계의 실세 ‘뫼비우스와 그 줄을 탄 이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었다. 알파의 인간 대부분이 뫼비우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나, 빈貧의 끝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부유층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뫼비우스는 어떻게 비칠까. 레이븐크로프트는 비공식 대외협력팀을 자처하며 그 간극을 해소하고자 했다. 물론, 본격적 선전보다는 적당한 두둔에 가까웠기에 뫼비우스의 수뇌부는 이 행보를 알지도 못했을 터다.

2. 파쇄된 그림

러셀은 자신보다 몇 배는 바쁜 형과 누나를 대신해 그런 아버지의 비서를 자처했다.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가방을 들고, 명함을 챙겼으며, 필요하다면 앞에 나서 뫼비우스와 그 시스템을 찬미하는 발언을 했고, 그렇지 않다는 이들을 설득하려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아버지를 두둔하려 시작한 일이었으나, 어느새 뫼비우스를 향한 극단적 지지는 그의 일생이 되어버렸다. 이게 그의 진심이었을까? 이제는 알 수도 없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진다. 정장을 깔끔히 차려입은 레이븐크로프트의 부자가 불안정한 이들이 모인 슬럼가로 향했다. 좋지 않은 얼굴로 흘기는 이들에게 안전한 세계와 견고한 시스템에 대해 쉽게도 떠들어댄다. 누군가의 불만이 나오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안전한 기술이라면, 댁들이 리미넌트에 자원해 보지 그래?” 이게 웬 미친 소리야. 그저 웃어넘기려던 러셀을 빤히 바라보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래, 러셀.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예?”


“네가 리미넌트에 자원하면, ‘자식도 겪게 할 수 있는 안전한 기술’이라는

이미지가 깊어지지 않겠니?”


“무, 무슨 말씀….”


“어차피 너도 알 거 아니니. 뫼비우스는 안전한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고, 꼭 필요한 존재고….”

 

뭐라고?

3. 강제 자원‘품’

얼마 뒤, 레이븐크로프트의 자제가 리미넌트에 자원했다는 소문이 정재계의 밑바닥부터 퍼지기 시작한다. 모두 겉으로는 ‘그래, 역시 믿을 수 있는 기술이니, 자식도 보낼 수 있는 거야.’라고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행성 개척을 위해 사용되는 복제 인간. 그런 짓을 가족에게? 아니, 아니다.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돼. 뫼비우스는 좋은 기업이니까….’

여기까지가 타인의 의견, 그렇다면 본인의 의견을 물어보자. “러셀 씨, 지원 동기가 어떻게 되십니까?” ‘개같은 소리를 해. 내가 이딴 일을 왜….’ “뫼비우스의 훌륭한 기술에 함께 해 개척에 기여하고자….” 그는 이번에도 ‘전시품’마냥 굴었다. 이미 몇 년은 그리 살아왔으니, 거짓으로 웃는 일은 그의 일생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리미넌트가 된 후, 아버지의 “러셀, 네 덕에 우리 입지가 좋아졌어. 잘 되면 너도 빠르게 은퇴할 수 있게 도와주마.”라는 연락에 욕 한마디 하지 못하고 축하한다며 웃기만 했다.

그러나 업무를 직접 겪어본 후, 감정이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켜보는 부모도 없고, 아닌 척 웃기만 하던 얼굴은 헬멧에 가려져 있으니, 수천 번을 억누르던 ‘내가 왜’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버렸다는 뜻이다. 터뜨리자, 터뜨려. 어차피 아무도 날 몰라. 거지 같이 일해도 돼!

그 덕에 업무 평가는 바닥에 가까우나, ‘또 죽기 싫다, 아프기 싫다.’는 공포감은 끝의 끝까지 몰린 그를 겨우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니 몇 줄 평, <반항이 심하긴 하지만, 어쨌든 할 때는 하는 놈. 적어도 일을 망하게 두지는 않는다.> 아, 수틀리면 다른 리미넌트들과 싸운다는 건 연차를 감안해 참작해 준 걸까?

그런 인간이 왜 이번 임무에 파견되었을까. 이 기회에 건방진 버릇을 고쳐놓으려는 속셈일까. 이런저런 의견 사이에서 그는 헬멧을 붙든 채로 손을 떨었다. 아, 젠장! 날 아는 새끼가 있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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