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지인 커미션
사내 평가
포용력이 지나쳐 팀원 간 마찰을 빚을 때도 있으나 임무 태도는 극히 순종적이기 때문에 제어가 어렵지 않다. 단, 요근래 복제 과정에서 감정의 혼란을 겪는 빈도가 높아졌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둘러싼 소문에 비하여 다소 의아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이다. 그도 그럴게 넓게 벌어진 어깨와 허리를 지나 역삼각형의 꼴로 좁아지는 골반, 길게 뻗어진 다리를 가진 통칭 Q는 우락부락하고 투박하기 마련인 용병이라기보다는 마스크 뚜렷한 30대의 남성 모델을 연상케 한다. 주인을 가리지 않는 쌍둥이 용병으로 고위험지대를 전전했다는 사람 치고는 소탈한 모습이다. 굽슬거리면서 늘어 떨어지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우묵하게 팬 뺨, 라틴계의 피가 섞였으나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든 잘 그을린 어두운 피부와 청보랏빛의 눈동자. 덩치를 감안해 자연히 가지게 될 법한 위압감이랄 것이 없다. 그 조합으로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을 했다던 그의 쌍둥이의 모습이야 어렵지도 않게 그릴 수 있겠으나 선선한 표정만으로는 지독했을 시절의 모습이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새로이 프린트아웃 될 때에나 시간 들여 관찰할 수 있는 외관. 죽은 사람같은 (다시 깨어날 뿐이지 정말로 죽어 있는 게 맞기는 하지만) 움푹 파인 뺨과 우묵한 아이홀.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보이는 코. 몇 겹의 옷과 헬멧을 쓰고 있을 때에는 보이지를 않던 귓바퀴의 귀걸이 흉, 왼쪽 팔뚝부터 어깨까지를 꽉 채운 타투, 허벅지 안쪽에 새겨진 한 줄짜리 숫자-우주 좌표. 한쪽 귀에는 총상이 있다. 오른쪽의 손바닥과 손등을 꿰뚫어 잇는 선명한 자상을 몸에 새긴 남자는 정석에 가깝게 차려입은 유니폼에 걸맞게 그 행동거지 또한 꽤나 건실한 축에 속한다. 희안한 사람. 그렇다면 그는 쌍둥이 중에 어느 쪽이지? 문득 떠오른 질문의 해답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는 둘 모두인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둘 중 누구도 아닌 것 같다. 아니, 정말로 그 용병이 맞는지조차 누구도 확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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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
[ 웰메이드 굿보이 / 나사 빠진 대가리 / 99%의 복종과 1%의…]
1 웰메이드 굿보이
자, 잠시간 상상의 나래를 펼쳐 리미넌트로써의 미덕을 손꼽아보자. 구인구직을 위한 홍보용 팜플렛에 기재될만한 적합한 지원자로써의 역량 따위를 말이다. 게중의 일부에는 분명 이러한 항목들이 포함될 것이다: 자기 몸의 안전보다 이타를 우선하는 복종과 헌신, 일련의 상황 흐름에 대하여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무감함, 주어진 상황이 무어든 그에 기꺼워 할 수 있는 초인적인 범주의 사고 역량. 일련의 요소에 기막한 반사신경, 발군의 신체적 능력과 기술을 더하여 빚어낸다면 당신 눈앞의 사내가 탄생하게 된다. 성인 남성 정도는 인정사정없이 때려눕힐 수 있는 완력의 재능에 반하여 타인의 공격에 지나칠 정도의 호락호락함. 극단적일 만큼의 상황 합리화-대개 그에게만 불리한 결론으로 이어지고 말-에 익숙한 순순한 자아를 탑재한, 기묘한 불균형으로 빚어진 존재. 폭력의 행사와 수용에 대해 무딘 감수성을 포함해, 그에게 자아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을 찾아 도합해 본다면 이것들이 그 전부가 될 테다. 예컨대 당신이 그의 뺨을 때리고 가족을 싸잡는 모욕을 시시때때로 내어뱉는다고 해도 Q는 자신의 비틀어진 사고 회로를 거쳐 그것이 ‘문제가 없다’고 판명한다면 당신에게 별 적의를 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열에 일곱 정도의 상황에서 Q는 그에 대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다. 환대하는 삶을 목적으로 하는 바, 상대와의 불협화음와 갈등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진 않으며 그 앞에서 종종 막막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에 분개하거나 부당하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이따금은 의기소침해진다.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엿먹임의 추잡함 앞에서 분명히 화를 느끼지만 때로는 시무룩해진다. 그러므로 단언. 아, 걱정하지 마. 나는 뭐든지 감당 가능해. 하지만 네가 굳이 나에게 친절해지고 싶다면, 고맙다는 말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2 나사 빠진 대가리
그러므로 그는 평상 보통인들의 눈에는 무엇 하나, 아니 사실은 여러 가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굴고 실제로도 그렇다. 애석한 점은 Q가 잃어버린 것들은 그가 당장에 살아야 하는 삶을 손쉽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을 영위하는데에도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명백히 해가 될 정도의 수용 능력과 수동성에 대하여 그 스스로는 무책임할만큼 경각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깔끔함과 별개로 그에겐 결여된 부분들이 많으나 Q는 그것을 비극이라 여기지 않으며 ‘그것 참 안됐다’, 내지는 ‘너는 좀 이상하다’라는 류의 반응 앞에서 어색한 웃음을 머금을 뿐이다. 무기력, 자괴, 자학, 기타등등 리미넌트들이 가지기 쉬울 부정적인 부작용들은 전무. 그는 그 모든 상실들로부터 상처입지 않았으니까. 고로 보존된 따스한 모닥불과 같은 온기와 호의와 다정은 헛것이 아니요 평생 동안 몸에 익은 듯이 자연스러우나, 그러한 아늑한 감각은 그의 충정 내지는 헌신, 또는 순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 성숙한 배려의 일환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는 기꺼이 당신을 위해 최선과 전부를 내어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할 것이다. 당신은 언제나 최우선의 존재로써 보호될 것이고 세상의 무엇도 당신을 해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Q는 똑같은 온도를 지닌 채 말끔한 태도로 당신을 폭행하고 동시에 모든 의사의 표현을 무시할 수가 있다. 마치 발이 미끄러지듯이. Q는 친절하지만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데에는 늘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다. 전술한 사고 인식상의 문제 탓인지 어쩔 수가 없는 유리감과 부유감이 있다.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여태까지 꽤나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접근과 이해를 시도해왔으며 호의가 그중에 제일 무난했다고 생각한다.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게중에는 썩 달갑지 못할 침범과 간섭 또한이 접근방법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여즉 멀다. 그 모든 행위엔 진실로 악의는 없었다. 나는 그저 우리를 돕고 싶었을 뿐이다.
3 99%의 복종과 1%의…
여하간에 인간 존엄성과 자기 보존 욕구, 어쩌면 인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를 제외하자면은 (변명하자면은 누구나 문제 하나쯤은 가지고 살지 않는가?) Q는 꽤나 적극적으로 남은 부분에서의 즐거움을 좇는다. 말마따나 저 바깥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격렬하지는 않으나 충분하게 살아는 있는 그 일상처럼. 영원처럼 뛰는 심장과 눈을 가지고 개척이 예견된 행성의 특징과 습성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다가서는 이들 중 하나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미지로의 모험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어린 소년들과 영 다를 것이 없다. 학자들과 똑같은 지점에서 감탄하고 비슷한 시야를 나누지만 정복과 탐사라는 단어간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하지는 못하다. 뭐가 됐든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일을 좋아한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프린트아웃이 된 것이며 기억을 어떻게 탑재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고는 자주 질문을 던진다. 약간은 얼빵해 빠진 그러한 ‘수작질’들은 위험 수위 언저리를 아른대지만 본격적이지는 않아 귀여운 수준에서 머문다. 경고를 받아도 짐짓 모르는 척 입술을 비죽이는 마는 것을 보면 약간의 비딱한 면모가 없잖아 있다. 느슨하고 게으르고 부드러운 감수성을 지녔다. 비슷한 맥락으로 다소 쓸데없는 데에 진지하게 고지식하고 목숨을 건다. 어중간한 정도의 낭만은 이따금씩 뜬금없는 곳들에서 툭툭 튀어나와 그가 그 자신에게 할애하는 관심과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사방에 아무렇게나 버려진다. 낭만. 아, 그래, 그 망할 놈의 낭만. “달콤한 잠으로부터 나 깨어나,” 기도하듯이 이따금씩 중얼대곤 하는 그 무전 소리처럼. “이 황량한 땅 위에 내던져졌다네….” “(삐빅,) 처량하게 구는 것 좀 그만둬, Q.” 그러면 그는 보이지도 않을 곳에서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우주선에서 내려 미지를 향하여 발 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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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그런데 잠깐: 이 자식, 용병이었다며. 그런데 어째 지나치게 견실한 모범생같지 않은가? 빌어먹게도 산뜻한 틴에이저 같다고…
ㄴ 해명: 폭침을 일삼아 살던 험상궂은 시절이야 분명히 있었다. 그에 대한 증명처럼 몸에는 십수년을 단련한 기술이 남아 있다. 단지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다. 이것은 이미 일어났던 일에 대한 거짓 없는 진술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당신의 판단에 맡긴다.
Log; Year ?~2260, 쌍둥이자리:
‘쿼테탄’. 어느날 불현듯 디아스포라들 사이의 내전과 이전투구에서부터 자라나 베타와 알파를 오가며 활동하기 시작한 용병. 권력과 돈이 풍부한 사측에 서서 대체로는 돈만 준다면 시키는 일은 뭐든지 했다. 말 그대로 뭐든지. 합법적인 계약을 맺어 활동하였으나 제재와 탄압, 경호와 파견, 그 이상의 액수들이 오고갔단 말들 탓에 소문으론 그 이상까지도 맡았을 것이라 짐작들 하지만 이제와 그 진위의 여부는 판별할 수 없다. 고용주들이야 죄 그 입을 다물 것이고 당사자들은, 뭐, 그중의 한쪽밖에 남지 않은데다가 그마저도 기억을 잃어 반푼이도 못 되는 상태이니까. 한 군데에서가 아닌 동시다발적인 활동, 신출귀몰하는 행적으로 있을수가 없는 곳과 있어서는 안 될 곳을 가리지 않고 그 스타일에 대한 엇갈린 진술과 다채로운 방식의 활약상을 전개해 온 까닭으로 활동 초중반에는 출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주 거대한 집단일것이라며 꽤나 입소문이 부풀려졌는데,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그 이름도 중반기를 넘어가면부서는 어쩔 수 없이 윤곽선을 드러냈다. 들리는 바 소문으론 성인이 되기 이전부터 모종의 후원을 받아 성장한 두 소년들은 각자의 이름을 포기하고 쿼테탄이라는 이름을 자신들의 활동명으로 삼았다. 사람은 둘이되 꼭 하나인 이름. 하나를 어느 하나로부터 구분할 수 없는 일체감으로.
서로 다른 곳에서 나타나 현장을 뒤집어놓고는 사라지는 식의 활동이란 ‘쿼테탄’이 사실상 2인조이라는 사실이 들통난 후로도 한동안을 깨나 요긴하게 써먹혔다. 알음알음 알려지기로는 성형 수술을 거친 게 분명한 정확히 똑같은 외모로도 모자라 악착같다 못해 상대에게 침투하다 싶은 수준의 서로에 대한 모든 것들을 공유한다던 쌍둥이 용병은 간혹은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둘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꼭 닮아 있었댔으므로 깨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였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겠다. (서로 모든 걸 숨김도 없이 나눈다고? 그러면 설마 자신의 연인들조차도? 하하하…) 어떤 이들은 흥미를 해소하기 위해서 그들을 고용했고, 어떤 이들은 여전한 실력을 믿고서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이후로도 쌍둥이 용병은 알파 구역의 불법 거주민들을 내쫓고 단속하는 일부터 베타의 뒷골목에서 이루어지는 수작질까지 여러 군데에서 가리지 않고 일을 맡았고 꽤나 빠른 속도로 돈을 끌어모았다. 어느 하나를 개별화할 수 없는 정체성은 모순적이게도 함께가 아니라 따로일 때 더욱 힘을 발했다. 손바닥 뒤집듯 처세를 바꾸는 극악한 전투술도 매한가지 악명을 떨치는 데에 적잖이를 기여했겠지만, 아무튼.
용병들의 이름 순위에서 그럭저럭 상위권을 내달리던 쿼테탄은 돌연 몇 년간의 잠적 이후 소행성대 채굴 사업에 투자자로써 제 이름을 올리면서 그들의 복귀를 확정지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둘이 함께 나타났던 것은 그 단 한 번, 소행성대 채굴 사업의 현장 방문 때였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
Log; Year ?~2260, 쌍둥이자리:
베타의 사업가들이 연합한 투자의 일환으로 베타 행성 근처 소행성대의 희귀광물 채굴을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 소행성의 구성성분을 분석, 희귀 광물을 포함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체를 베타의 궤도 쪽으로 이송하여 채굴 작업을 진행해 새로운 자원광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개인에게 장비를 임대해주고 광물원을 발견했을 때 이를 갚거나 그에 대한 권리의 비율을 협상하는 식으로 근로자들과 계약을 맺어 기업가들의 이익을 늘리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개인 중에서 현재까지 그로 인해 팔자를 뒤집은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야심찬 사업은 아주 초기에 소행성의 중력 계산의 실수와 작업 과정에서의 산소관 폭발로 인해 2260년 다수의 사상자를 낳았다. 이에 투자를 진행하고 기술 지원을 진행한 사업가들은 사고로 인한 지탄과 비난을 피할 수 없었으며, 생존자들의 구조 작업의 이후에는 소송으로 인한 진흙탕 싸움이 요란스럽게도 벌어졌다. 그 모든 요란을 매단 사업은 2260년 말의 경 시르세네 사(社)가 독점적으로 인수한다.
소행성대를 부유하던 연합 소속의 가장 마지막 채굴선은 사고 7일만에 견인되어 가장 마지막 생존자를 베타로 되돌려왔다. 쿼테탄은 선내에서 홀로 발견됐다. 자동 생명 유지 장치에 보존되어서, 현장의 개장을 축하하고자 파견된 관리자들 중에 유일한 생존자로. 프로젝트의 보안 관리자라는 직책과 동시에 투자 연합에 적잖은 돈을 들여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때,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본 근로자들 중의 강경파들은 내심 그가 휘슬 블로어가 되어 소송에 힘을 보태어주기를 바랐다. 함께 현장을 밟았다 시신조차 남지 못한 그의 쌍둥이 형제를 보아서라도, 서로 끔찍히 아끼던 그 반쪽의 사망 소식이라면 정말로, 정말로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용병들의 이름 순위에서 그럭저럭 상위권을 내달리던 쿼테탄은 돌연 몇 년간의 잠적 이후 소행성대 채굴 사업에 투자자로써 제 이름을 올리면서 그들의 복귀를 확정지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둘이 함께 나타났던 것은 그 단 한 번, 소행성대 채굴 사업의 현장 방문 때였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
그래, 어쩌면 그랬을지도. 그러나 남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더불어 의사들의 진단에 따라 그의 의료 기록에는 ‘기억의 확실성을 신뢰할수 없’다는 내용이 남았다. 그 사실이 번져나갔을 때 다시금 자그만 소란이 일었다. 누군가는 Q를 붙들고 정말로 기억을 잃은 것이냐며 따졌다. 다른 이는 이건 전부 다 짜고 치는 판이라며 분노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진짜 쿼테탄은 이미 죽은 것을 내가 봤다고, 저건 피해자들이 뭉칠 수 없도록 시르세네 사에서 내세운 대역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면 그렇지 용병이 어디 가지 않노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업자득이다. 원망과 비난이 쏟아졌다. 동정하여 안타까워했다. 희망을 갖고 그에게 매달렸다.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Q는 그 자리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지 큰 힘도, 뒷배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도 모자라 Q의 등장으로 하나로 뭉쳐지지조차 못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탈과 합류가 뒤엉켰으며 그 사이서 사고에 대한 보상은 으레 그렇듯 자본가들의 압력에 휩쓸려 겉으로만 그럴싸하게도 무마되었다는 점이다.
생선의 가시를 바르듯이 3개월간 채굴 사업에 매달린 잡음을 제거하고서 사업을 이어받는 데에 성공한 시르세네 사(社)는 이후 시스템의 개선과 안정화를 통해 엄청난 이윤을 내며 성공했다. 이루어진 보상은 대체로 사측에 유리한 편을 들어준 이들에게 주어진 것이 다수였다. 용병임이 명백한 신체능력, 순순하고 고분한 태도, 그 이외를 제외한 모든 것을 망각한 채로 Q는 그 3개월간 시르세네 사 (社)의 손안에서 몸이 회복되는 동안 필요한 지원과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 정신이 없었던 와중에 시르세네 사(社)의 도움을 받아 시신도 없는 형제의 장례를 거창하게 치렀다. 그게 다른 근로자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는 좀 뒤늦게 알았다. 데스크 앞에서 막연하게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별 차도 없는 기억 회복 치료를 등지고 일어섰다. 당시 사고의 관련자들이나 용병들을 찾아 술집을 전전하며 허탕을 치던 2261년의 어느 날, Q는 리미넌트로 지원한다.
Log; Year 2261~Currently, 테세우스의 배:
그러므로 초기 복무 당시부터 기억이며 자아랄 것이 희박하던 Q는 요람 속의 갓난아이처럼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먹고 자랐다. 남들에 비해 신기하리만치 수월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거부감도 없이 태연하던 Q는 대체로 연구원들의 호감을 샀다. 그의 현재 사고방식 중의 상당부분이 이 당시에 형성됐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며 칭찬마다 만족스러워하는 청소년과 같던 그가 아주 험상궂은 죽음을 맞이하고 깨어난 어느 날, 프린트아웃 장치에서 외딴 기억이 돌아왔다며 즐거워해 사람 식은땀을 흘리게 하기는 했지만.
연구원들의 갑작스러운 야근의 원인이 되어줄 뻔… 했던 것은 그나마가 기억의 전부가 아닌 단편적인 장면에 불과하다는 점에 힘입어 특이사항 쯤으로 남았다. 그렇게 신경이 합선을 일으키는 것처럼 지난 13년간 이따금씩 번쩍번쩍 떠올라 온 단편적인 장면들은 늘상 본능적인 수준의 무언가가 트리거가 되어줬다. 여지껏의 경향성에 따르자면 그의 기억을 일부 되살아나게 해 주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았다. 명백한 스트레스 상황, 폭력을 동반한 갈등, 생명에 지장이 갈 만큼의 위협, 아니면 죽음. 어느 날의 Q가 웃으면서 농담했던 것처럼, 한 번의 진료에 수백만 달러를 요구해대는 현대 의학이며 테라피스트들보다도 한 번을 죽고 깨어나는 이 현장이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더 득이 되는 걸지도 모른다.
기억을 잃은 Q. 쌍둥이 용병 중의 어느 쪽인지를 알 수 없는 Q. 그리고 소수의 이들, 사람 인생을 기구하게 만드는 음모론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렇게도 말한다. 야, 저 새끼 혹시 영 상관도 없는 사람인 주제에 그 쌍둥이 용병을 사칭하는 자리에 꽂아넣어진 거 아냐? 어차피 기억도 없다잖냐…
Log; Year 2227~?, ? :
마지막 서류상의 시민권 등록지는 베타 행성. (그러나 조회해보았을 때 뜨는 정보는 없다. 꼭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삭제한 것처럼.) Q는 자신이 출생은 분명 델타 행성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안다. 안타깝게도 코흘리개 시절에 잠깐을 살았다는 해수로 뒤덮인 모행성을 방문해보았을 때 그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매한가지로 정보 조회를 시도하였으나 조회된 바는 전무. 근래의 생태계 불균형으로 인해 서버 누락이 된 부분이 있다는 말 앞에서 막막함만을 느꼈다. 그러나 바다는 아름다웠다. 정말로. 리미넌트로써의 휴가를 얻을 때에는 꼬박꼬박이 그 앞에 서게 될 만큼.
Log; 리미넌트 Q, etc :
기억을 잃은 상태로 상당히 긴 시간을 살아온 이 치고는 기억을 되찾는 일에 그다지 절박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또 기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다. Q는 늘상 자기 자신 스스로를 ‘쿼테탄’이라고 소개하고 그에 따른 상대의 반응을 전부 매끄럽게 받아들인다. 과거의 용병, 기억상실자, 꽤나 긴 시간을 복무해온 바른생활 리미넌트, 그 외에도 제 것과 제 것이 아닌 것까지를 전부. 좋게 말하자면 여러 의미로써 꽤나 올라운더형의 인간상(이걸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적절한 일일까?), 그리고 또 다르게 말하자면 근본 없는 잡탕. 이외의 소소한 사항들을 나열해보자. 명상을 자주 한다. 새로운 곳을 방문하면 기념품 챙기기를 좋아한다. 요리에 취미가 있다. 입사 초기에 무엇이든지를 배우는 것으로 스스로를 채우는 게 어떻느냐는 제안에 흔쾌히 그러겠노라고를 했다. 가끔씩 좀 재미없게도 심각해지기는 하지만.
기억을 되찾게 되는 날에는 그것을 곱씹느라 얼이 빠지거나, 우울해지거나, 의기소침해지거나, 혹은 고양되고 흥분된 채로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소 험한 일에라도 선뜻 손을 들이민다. 전투 능력이며 상황판단 능력은 전성기의 절반 내지는 그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정한다. (그런 걸 명확하게 수치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종종 판단 미스와 행동 양식에서의 오류가 난다. 복제 인간도 제 자신에게는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말을 했다가 큰일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마약을 사용해 본 적이 있고 그로 인해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농담처럼 바쁠 때에는 제 머리를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제 손으로 제 머리통을 날려본 적도 있다. 사람이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역시 그는 조금 지나치게 많이… ‘열려’ 있다.

